2026-07-28

태백시체육회의 '이중 징계' 주장에, 법조계 "법리 오용" 지적
체육계 "솜방망이 처분과 법리 오용 꼼수 바로잡을 대책 마련 시급"
직원들을 상대로 한 성희롱과 폭언 등 논란으로 경징계받은 류철호 태백시체육회장에 대한 재징계를 앞두고 체육계 내부의 솜방망이 처분과 법리 오용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2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강원도체육회는 오는 29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류 회장에 대한 징계안을 재차 심의한다.
앞서 지난 3월 스포츠윤리센터가 징계 양형과 절차에 심각한 하자를 지적하며 류 회장에 대한 재징계를 요구했으나 지난 5월 말 태백시체육회는 같은 사안으로 이미 '견책' 징계가 내려져 이중 징계 금지 원칙에 따라 재차 징계를 내릴 수 없다는 결론을 되풀이했다.
이후 갑질 등 피해를 입은 직원들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이번 재심의 절차가 진행됐다.
이번 사안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태백시체육회가 내세운 이중 징계 금지 원칙이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시배드민턴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 법무법인 대륜 전효철 변호사는 "헌법에 명시된 이중 처벌 금지 원칙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국가형벌권의 행사에 국한된다고 해석하고 있다"며 "체육회에서의 징계 처분은 국가형벌권 행사가 아니므로 이중 처벌 금지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체육회와 같은 단체 내부 징계는 조직 질서 유지를 위한 행정적 제재에 불과하므로 이중 처벌 금지 원칙이 적용되는 영역이 아니라는 취지다.
대법원 역시 동일한 비위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과 조직 내부의 징계처분이 함께 부과되더라도 두 처분의 목적과 성격이 달라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스포츠윤리센터에서 견책 처분을 적법한 최종 징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만큼 이번 사건은 절차적으로도 징계가 '확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스포츠 분야 소송 경험이 풍부한 법무법인 충정 박지훈 변호사는 "이중 징계 금지 원칙은 어떠한 사건으로 징계받아 '처벌이 완료됐다면' 또다시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는 징계할 수 없다는 원칙"이라며 "이번 사건은 류 회장에 대한 징계의 종류와 내용 자체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박 변호사는 "법률은 시군구체육회 내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어떠한 징계를 의결했다고 하더라도 상위 기관인 스포츠윤리센터에서 해당 징계의 종류·내용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징계 요구 또는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스포츠윤리센터가 이번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는 한 아직 류 회장에 대한 견책이라는 징계는 결정되지도, 확정되지도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태백시체육회의 각하 처분은 법리적으로 무효이고 법률적으로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덧붙였다.
체육계 안팎에서는 솜방망이 처분과 법리 오용 꼼수를 바로잡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장을 지낸 김현수 체육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체육계에서는 징계 감경이 관행처럼 이뤄진다는 문제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며 "2020년 7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징계 대상자에 대한 관대한 처리 또는 지연 처리 등 난맥상을 바로잡으라고 대한체육회에 권고했음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는 당시 '통합징계위원회 설치'를 권고했다"며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통합 기구를 만들어 일관된 양형 기준과 정상 참작 기준을 적용해야 피해자들도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효철 변호사는 규정에 '재징계 요구를 받는 경우 일사부재를 이유로 각하할 수 없고, 반드시 실체심리를 해야 한다'는 문구를 명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징계 대상자가 임원인 경우 상급 단체가 직접 징계권을 발동한다'는 규정을 넣는 등 '입법론'으로 보완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대한체육회 법무팀장·법제상벌위원회 위원 등을 지낸 법무법인 혜명 강래혁 변호사도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에 스포츠윤리센터 심의가 끝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체육단체에서 조사 처분 결정이 내려오기 전까지 징계 절차를 중지하거나 처분할 수 없도록 규정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짚었다.
앞서 류 회장은 2024년 7월 한 고깃집에서 사업체 관계자들과 반주를 겸한 식사를 하며 직원 A씨에게 "얘 갑바 봐. 여자 D컵은 될 거 같아", "나는 여자 다 떨어지면 얘 젖이나 만져야겠다" 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2022년 10월 전국체전이 한창이던 울산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갑자기 "땅을 보러 가야 한다"며 원주까지 왕복 6시간 동안 운전을 시키며 업무 시간에 사적인 일을 부당하게 지시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자녀 결혼식 답례품을 배포하라고 시키고 사진 촬영을 강요하거나 공개적인 자리에서 직원에게 욕설하고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못하도록 압박한 정황 등 10여건의 비위 행위가 드러났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은 직원들의 피해 사실 등을 토대로 시 체육회에 시정지시와 과태료 부과 처분을 내렸다.
시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역시 해당 사건에 대한 심의·재심의를 거쳐 지난해 5월 류 회장에게 경징계인 '견책' 처분을 내리고 그 결과를 확정했다.
이후 같은 달 스포츠윤리센터가 징계 의결을 요구하는 결정문을 시 체육회에 전달했으나 시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지난해 8월 각하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0월 피해자가 재심의를 신청했으나 강원도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이를 기각했다.
이 사안을 두고 스포츠윤리센터는 지난 3월 언어폭력·성희롱을 한 임원의 경우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가 내려져야 하지만 류 회장에 대해 견책 처분이 내려진 것은 양형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재징계를 요구했다.
또 직원들에 대한 류 회장의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과정에서 2차 가해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서는 징계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사안을 다시 들여다볼 것을 요구했으나 태백시체육회는 지난 5월 열린 징계안 심의에서 재차 각하 처분을 내렸다.
taetae@yna.co.kr
강태현(tae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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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태백시체육회장 재징계 수순…강원체육회, 29일 재심의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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