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1

-장지운 법무법인(유한) 대륜 변호사 법률칼럼
경력을 갖춘 핵심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어느 기업에나 매력적인 선택지다. 그런데 그 채용이 회사를 형사 피고인석에 앉힐 수도 있는 시대가 됐다. 지난 8월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은 기술유출 범죄를 준비 단계부터 취득·사용·누설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촘촘하게 규율한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세 갈래다. 우선 이직 알선·소개·유인 행위 자체가 새로운 침해 유형이 됐다. 종전에는 헤드헌터를 가장한 브로커가 유출에 개입해도 직접 제재할 근거가 없어 직업안정법상 무등록 직업소개 정도로만 처벌하는 한계가 있었으나, 개정안은 유출을 전제로 임직원 이직을 알선하는 브로커에게도 금지청구·손해배상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적용할 수 있게 했다. 또한 해킹을 영업비밀 부정취득 수단으로 법률에 명시해 사이버 공격을 통한 취득이 처벌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채용 실무에 가장 파괴력이 큰 부분은 세 번째다. 그동안은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영업비밀을 사용·누설한 경우에도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손해를 입힐 목적을 별도로 입증해야 했지만, 개정안은 그런 목적을 입증하지 않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입증의 문턱이 확 낮아진 것이다.
입법만 움직인 것이 아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회사 기술자료를 유출·누설하고 이직 후 같은 장비를 개발한 사건에서 영업비밀을 넘겨준 자에게는 누설죄가 넘겨받은 상대방에게는 취득죄가 각각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직무 수행을 통해 영업비밀을 인지한 사람은 이미 이를 취득한 것과 다름없어 별도의 취득행위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고 봤다. 경쟁사에서 핵심 업무를 하던 사람이 그 지식을 머릿속에 담아 이직해 온 것만으로도 취득에 준하는 상태로 볼 가능성이 있다는 개정안의 취지를 고려한다면, 경쟁사 핵심 인력을 영입한 기업으로서는 해당 인력이 전 직장에서 취득한 영업비밀을 새로운 업무에 사용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그렇다면 인재 영입이 곧 기업의 생존인 상황에서 당장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핵심은 경력직이 전 직장 자료를 반입하지 않았고 회사가 이를 막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했다는 점을 사후에 입증할 체계를 미리 갖추는 것이다. 먼저 입사 단계에서 전 직장 문서·설계도·소스코드·고객리스트 등 구체적 금지 항목과 개인 저장매체 반입 금지를 명시한 서약서를 받아둬야 한다. 이는 회사의 관리 노력을 증명하는 1차 자료가 된다.
아울러 개인 USB·메일 계정을 통한 자료 유입 경로를 입사 시점에 점검·차단하고 그 이행을 문서로 남기며 신제품 개발 시 개발 이력·회의록·설계 변경 기록을 보존해 독자 개발을 입증할 근거를 축적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쟁사 동일 직무 인력을 영입할 때는 인사팀 단독으로 진행하지 말고 담당 업무·경업금지약정·유입 가능 정보 범위를 확인하는 체크리스트를 마련해 법무팀이 사전 진단하도록 프로세스화하는 것이 안전하다.
만약 외부 헤드헌팅 업체를 이용하는 기업이라면 해당 업체와의 계약서도 재검토해야 한다. 이번 법 개정으로 브로커의 알선 행위 자체가 처벌 대상이 된 만큼 인재 추천 계약 시 영업비밀 침해 알선 금지 및 위반 시 면책 조항을 명확히 삽입해 회사의 리스크를 외부로 차단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핵심 인재 확보는 기업의 가장 강력한 성장 동력이지만 아무런 법적 통제 장치가 없는 무방비 상태의 영입은 회사의 존립을 흔드는 시한폭탄과 같다. 확 바뀐 기술유출 처벌법의 그물망을 피하기 위해서는 채용 공고부터 면접, 입사 후 온보딩 과정까지 전문가의 객관적인 시각을 거쳐 철저한 사전 법률 검토와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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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직 뽑았다가 회사가 피고인석에?"…부정경쟁방지법 피할 컴플라이언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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