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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도 못 쉰다…특고 210만의 위험한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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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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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도 못 쉰다…특고 210만의 위험한 여름

40도 뉴노멀②]
33도 휴식 의무화는 그림의 떡
배달 노동자 등에 안전망 갖춰야

[편집자주] 폭염이 사회를 바꾸고 있다. 학교와 군대, 스포츠 경기, 산업 현장과 노동시장, 복지정책과 도시 인프라까지 과거의 기후를 기준으로 설계된 시스템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더위에 버티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폭염을 전제로 국가와 사회 시스템을 다시 설계해야 할 때다. [시대]가 뜨거운 현장을 살펴봤다.

지난 4일 경기 양주시에서 배달 업무를 하던 50대 라이더가 열탈진으로 추정되는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폭염경보가 이어졌지만 그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 쉬는 순간 수입이 끊기는 구조 때문이었다.

폭염이 국가가 관리해야 할 재난이 됐지만 위험을 감당하는 방식은 모두에게 같지 않다. 기업은 보험과 유연근무, 작업 조정 등을 통해 기후위험을 분산할 수 있지만 배달라이더와 택배기사, 건설 일용직 등은 일을 멈추는 순간 소득이 끊긴다. 폭염이 국가적 재난이 됐음에도 상당수 노동자는 위험과 생계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폭염을 "국가 재난 사태"로 규정하고 작업중지권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는지 점검할 것을 주문했다. 또 폭염 쉼터 확충과 재난 대응 시스템 재설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5월 발표한 '플랫폼 종사자 규모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와 프리랜서 규모는 약 21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 가운데 배달라이더와 택배기사, 골프장 캐디 등은 폭염에도 사실상 일을 멈추기 어려운 대표 직군으로 꼽힌다.

정부는 올해부터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작업장에서 근로자에게 2시간 이내 20분 이상의 휴식을 보장하도록 의무화했다. 체감온도 38도 이상에서는 긴급조치를 제외한 옥외 작업 중지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는 이 제도의 직접적인 보호 범위 밖에 놓여 있다. 건당 수수료와 일당 중심의 수입 구조 탓에 일을 쉬는 순간 소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폭염은 재난인데…쉬면 소득 '0원'

전문가들은 폭염을 반복되는 기후재난으로 인정한 만큼 이제는 일터 안전을 넘어 소득 안전망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폭염은 자연재난과 사회적 재난이 겹치는 영역이지만 이에 대한 보호 체계는 아직 비어 있다"며 "폭염으로 피해를 보는 노동자가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사회안전망 마련 논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제도 설계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김 소장은 "폭염으로 인한 소득 감소를 어디까지, 어떤 기준으로 지원할 것인지 객관적인 기준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라며 "풀어야 할 난제가 많은 만큼 상당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장은 이동노동자 쉼터 확대와 냉방시설 지원 등 간접 지원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정부와 국회가 폭염 시대에 맞는 노동 안전망 구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법조계 역시 현행 제도의 한계를 지적한다. 조익천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는 "노무제공자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 범위는 확대됐지만 온열질환은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특성이 있어 실제 산재 인정까지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폭염 노출 정도와 작업 강도, 기존 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하기 때문에 현행 법제도만으로는 플랫폼 노동자를 충분히 보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최근 일부 배달라이더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법원 판단이 나오고 있지만 현장 전반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 마련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업은 위험 분산…개인은 소득 공백

민간 기업들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CJ대한통운은 폭염·폭우 등 재난 상황에서 배송기사가 자율적으로 업무를 중단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과 배송 지연에 대한 '면책권'을 운영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 역시 쉼터 확대와 생수·냉방용품 지원 등 혹서기 안전관리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조치는 기업별 자율관리 차원의 대응에 가깝다. 기업은 보험과 업무 조정, 면책 제도 등을 통해 기후위험을 일정 부분 분산할 수 있지만, 노동자 개인은 일을 멈추는 순간 소득이 끊기는 구조에 놓여 있다. 지원 범위와 수준도 기업마다 달라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전체를 보호하는 사회안전망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폭염을 반복되는 기후재난으로 인정한 만큼 노동자 개인을 보호하는 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정부와 기업이 재택근무와 시차출퇴근제 등을 도입해 감염 위험을 줄였듯, 폭염 역시 직군별 특성에 맞는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무직은 재택근무와 유연근무를 확대하고, 이동노동자는 충분한 휴식과 쉼터를 보장하는 방식의 적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기업은 보험이나 각종 위험관리 체계를 통해 기후 리스크에 대비하지만 노동자는 폭염으로 하루 쉬는 순간 소득이 '0원'이 된다"며 "산불과 홍수, 코로나19 당시 다양한 사회안전망이 작동했던 것처럼 폭염 시대에 맞는 노동 안전망도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폭염휴업수당이나 기후실업급여 같은 직접 지원부터 폭염 시 재택근무 확대 등 유연근무 방식까지 다양한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민간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와 국회가 실효성 있는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염은 더 이상 계절적 불편이 아니라 국가가 관리해야 할 재난이 됐다. 기업이 각종 제도와 보험을 통해 기후위험을 분산하는 동안 상당수 노동자는 여전히 폭염의 위험과 소득 감소를 홀로 감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염 시대의 과제는 쉼터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재난 앞에서도 일을 멈출 권리와 생계를 함께 보장하는 노동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황정원 기자 (garden@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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