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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5분이면 의사 처방 없이 항암제까지 구매… 의약품 불법 판매 해외 직구 사이트 기승

언론매체 주간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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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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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5분이면 의사 처방 없이 항암제까지 구매… 의약품 불법 판매 해외 직구 사이트 기승

“성적 올리려 각성제 사 먹었다가 두통에 구토” 소비자 피해 속출

서울의 한 고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 군은 6월 4일 모의평가를 일주일 앞두고 ‘공부 잘 되는 약’으로 알려진 각성제 ‘모다피닐’을 구했다. 중요한 시험인 만큼 집중력을 올려야겠다는 욕심에 의사 처방 없이 의약품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 구매한 것이다. 이후 200㎎ 용량 알약을 하루 3알씩 이틀 동안 먹은 이 군은 사흘에 걸쳐 두통, 메스꺼움, 구토 등 부작용을 겪었다. 모다피닐은 국내에서 기면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환자 등에게 주로 처방되는 전문의약품으로, 200㎎ 용량 제품 권장 복용량은 하루 한 알이다. 이 군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해외 직구 사이트를 알게 돼 들어가 봤더니 회원가입만 하면 누구나 약을 살 수 있었다”며 “그 사이트에서 ‘공부 잘 되는 약’이라기에 샀고, 택배로 아무 문제없이 배송받았다”고 밝혔다.

“처방 없이 무분별하게 복용하면 심각한 부작용”

몇 해 전 서울 강남 지역 일부 학부모와 수험생 사이에서 또 다른 ADHD 치료용 전문의약품 ‘페니드’와 ‘콘서타’가 ‘공부 잘 되는 약’으로 알려져 오남용된 바 있다. 페니드와 콘서타의 주성분인 메틸페니데이트는 현행법상 마약류(향정신성의약품)로 분류된다. 의사 처방 없이 복용하면 안 된다. 취재에 응한 한 약사는 “페니드, 콘서타 처방이 엄격해지자 ‘공부 잘 되는 약’ 수요가 비슷한 각성 효과를 볼 수 있는 모다피닐로 옮겨간 것 같다”면서 “모다피닐 역시 무분별하게 복용할 경우 만성 두통, 구토, 급격한 과잉행동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의사의 진단 및 처방 없이 오남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는 전문의약품을 인터넷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게 사실일까. 기자가 해당 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인도 등에서 생산했다는 각종 ‘카피약’(제네릭 의약품: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을 다른 제조사에서 생산한 것)은 물론, 글로벌 제약사가 만들었다는 오리지널 의약품도 판매하고 있었다. 의약품 종류는 전문의약품부터 일반의약품까지 다양했다. 예를 들어 탈모치료제로 알려진 프로페시아 계통 약이나 성기능 향상 목적으로 복용하는 비아그라, 조현병 치료제 루라시돈, 심지어 항암제도 눈에 띄었다. 가격은 약품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국내 약국 판매가의 절반에서 3분의 1 정도였다.

해당 사이트에서 의약품을 구매하는 과정은 간단했다.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고 비밀번호만 설정하면 별도 본인 인증 없이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었다. 회원 가입부터 해당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약품 구매까지 걸린 시간은 5분이 채 안 됐다. “통관 과정에서 적발되는 경우 재발송해준다”는 판매자의 설명도 눈에 띄었다.

이렇게 판매되는 의약품에 표기된 제조처와 성분명이 사실인지, 복용해도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확인할 길은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국내 일부 소비자는 “필요한 약을 싼값에 대랑으로 살 수 있다” 또는 “의사가 처방해주지 않는다” 등 이유로 의약품 해외 직구 사이트를 이용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경로로 들여온 해외 의약품의 경우 위조·불량일 개연성이 크다. 또 이를 복용했다가 피해를 입어도 국내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면서 “의약품은 반드시 정상적으로 처방받고 의사와 약사의 지도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약사법 제44조 1항에 따라 약사, 한약사 외에는 원칙적으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할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같은 법 제50조 1항에는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판매 금지” 내용도 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즉 국내에서 해외 의약품을 온라인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음지에서 의약품 해외 직구가 성행하는 이유는 법과 제도에 사각지대가 있기 때문이다. 약사법상 의약품 무자격 판매가 적발되면 강하게 처벌받지만, 직구 사이트 서버는 대부분 해외에 있어 판매자를 특정하기 어렵다. 또 구매자의 경우 특정 성분을 제외하면 의약품을 편법 구매해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현행법상 편법 구매자를 처벌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은 스테로이드, 에페드린 성분의 주사제, 에토미데이트 성분을 함유한 의약품(약사법 제47조의 4)에 국한된다. 이마저도 처벌 수위가 ‘100만 원 이하 과태료’에 그친다. “약사법이 편법 구매자를 일일이 처벌하기보다 불법 의약품 제조·수입·판매자 등 공급망 규제에 중점을 두고 설계됐기 때문”이라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통관 단계에서 편법 의약품을 막을 방법도 마땅치 않다. 현행법상 마약류 등 명백한 불법 약물이 아닌 한, ‘자가사용’ 목적 의약품은 최대 6병까지 반입할 수 있다(관세법 제94조 및 시행규칙 제45조 1항 1호). 국내 사법기관의 집행력이 닿지 않는 해외 판매자와 의약품을 편법으로 사더라도 처벌받지 않는 국내 구매자가 ‘자가사용 통관’ 예외를 교묘히 이용하는 셈이다.

“사이트 접속 차단, 구매자 처벌 필요”

이에 대해 약사 출신인 이서형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는 “고위험 의약품, 반복·대량 구매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구매자에 대한 처벌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판매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반복 적발된 사이트 접속 차단 △신용카드사·결제대행사(PG)를 통한 결제 차단 △통관 과정에서 고위험 성분 약품의 경우 수량과 무관하게 확인 등을 제시했다. 다만 “단속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을 덧붙였다.

“소비자가 불법 의약품 직구 사이트를 찾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번거롭게 느껴지는 병원 진료 및 처방 과정을 생략하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의약품을 입수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여긴다. 여기에 직구 사이트를 통해 치료제를 구하면 탈모·발기부전처럼 민감한 질환을 남에게 드러내지 않을 수 있다는 유인도 존재한다. 따라서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고 만성질환 의약품을 재처방받는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합법적인 처방 경로를 간편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박승현 기자 parksen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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